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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완결

[로판리뷰 #04] 다시 한번, 빛 속으로

by 칰이 2025. 10. 1.

기본 정보

- 원작: '다시 한 번, 빛 속으로' - 티카티카

- 작화: 유야

- 출판사: 대원씨아이

- 회차: 본편 114화 + 외전 예정

- 연재처: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 유형: 환생

 

 

줄거리

성녀로 추앙 받는 동생을 죽이려고 했다는 누명을 썼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고, 감싸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심지어 피를 나눈 가족마저도.
14살의 겨울.
이덴베르의 4황녀였던 나는 사람들 앞에서 비참하게 목이 잘렸다.

생을 마감하고, 새로 눈을 뜬 나에게 다가온 것은...

"아가야, 소중한 내 동생."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내 작은 손가락을 잡아주었다.
그 다정한 몸짓과 온기, 손길.
그는 나를 가볍게 안아 흔들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리뷰 ※스포 주의※

 

 전형적인 가족환생물의 탈을 쓴 작가님의 연출 차력쇼.

 

아이샤의 체질

 

 로판의 주인공은 체질에 관한 특이점이 많다. 애초에 그들의 영혼은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온 영혼인데 같을 리가 없다. 악아꼬의 예레니카가 '신성력과 마력을 모두 감지하는 특이 체질'이었다면, 아이샤는 소환하지도 않은 정령들을 볼 수 있는 체질이다. 다한빛의 세계관은 정령들이 존재한다. 정령사는 본인이 소환한 정령만 볼 수 있지만, 아이샤는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정령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빛의 정령왕인 루미나스와 물의 정령왕 하이넨을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볼 수 있었다. 특히 빛의 정령과 상성이 좋은 아이샤는 어렸을 때부터 하급 정령과 중급 정령을 소환하는 데 성공하고, 비록 몇 번의 실패가 있긴 했지만 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야기의 후반부, 최종 흑막과의 마지막 전투 직전에는 드디어 루미나스까지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샤의 체질은 이방인의 영혼이라서 그런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인 예레니카와 달리,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이야기의 최종 흑막을 쫓고 있던 창조신이 가족들을 향한 복수가 결국 최종 흑막과 깊은 관련이 있던 알리사를 아이샤로 환생시키면서 이런 능력을 부여해 주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창조신이 아이샤를 너무 도구 취급을 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물며 최대 피해자였는데, 굳이 아이샤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주게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샤의 복수는 가족들이 아니라 최종 흑막이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다. 또한 아이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하이넨이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한 비유였다.

웹툰 114화, 아이샤의 몸을 빌린 창조신

 

로판보다는 가족판타지

 

 로맨스 요소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심지어 남주 후보도 있다. 아이샤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오빠의 친구인 비온, 혼담을 목적으로 엘미르로 오게 된 알디에프, 그리고 아이샤가 가족과 친구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루미나스. 소설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진작에 남주를 알았을 테고, 마지막 시즌의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주는 루미나스이다. 그러나 다양한 남주 후보에도 불구하고 다한빛은 로맨스 이야기는 많이 적은 편이다. 초반부터 중반은 가족물, 후반에는 최종 흑막으로 인해 나라 간 전쟁으로 로맨스가 진행될 틈이 없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일반적인 로판에 비하면 로맨스가 적다.


 가족물은 다른 장르에 비해 로맨스가 적을 수 밖에 없긴 하다. 주인공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가족 간의 사랑을 최대한으로 보여줘야 되고, 성장 후에도 가족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가족물인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이하 이가주) 역시 이러한 양상을 보인다. 이가주의 주인공 피렌티아와 그녀의 가문 롬바르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로맨스 판타지보다는 가족 판타지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가족물도 결국은 로판 속 하나의 장르로, 로맨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가주의 주인공들이 모두 성장한 후에는 로맨스의 비중이 많이 높아지기도 했고. 
 다한빛은 이가주와 비교해도 로맨스의 비중이 많이 낮은 편이다. 상대적인 분량의 차이에서 이런 차이점이 오는 것도 있다. 웹툰 기준 114화로 본편이 마무리 된 다한빛과 달리, 이가주는 벌써 200화를 돌파했으니 성장 후 로맨스의 측면을 보여줄 기회가 상당히 많다. 거기에 더해 최종 흑막의 정체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악아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종 흑막의 정체가 신적인 존재일수록 마지막 전투는 상당히 어두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이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다 같은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선이 있다. 가령, 독살이라든가 암살이라든가. 
 그러나 미지의 신적인 존재는 감이 오지 않는다. 아무리 우리 편에 비슷한 존재가 있어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싸움은 그 피해가 훨씬 크다. 다한빛의 마지막 전투는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으로 시작했다. 두 국가 뒤에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 내막은 절대 국가 간의 싸움이 아니지만. 


 다한빛의 최종 흑막인 어둠의 정령왕 셀레나는 어린 마리안느에게 접근해 이덴베르 황실에 세뇌를 걸고, 알리사를 죽게 한 원흉이다. 타락한 전직 정령왕을 잡기 위해 창조신이 나섰던 것이고. 셀레나는 마리안느와 계약하여 마리안느를 이덴베르의 성녀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의 입맛대로 이덴베르를 휘어잡기 시작했다. 뜬금없을 수도 있는 엘미르와 이덴베르 사이의 전쟁도 셀레나의 영향이었다. 엘미르 황실을 향한 끊임없는 위협도 모두 이덴베르 황실, 정확히는 셀레나에게 조종당하는 이덴베르 황실의 짓이었다. 셀레나는 왜 그렇게까지 해서 엘미르 황실을 없애려고 했던 것일까? 추측하건대, 셀레나는 아이샤의 환생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목적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도. 셀레나와 루미나스는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하게 눈치챌 수 있다. 같은 정령왕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루미나스가 소환되었을 때 셀레나가 반응했던 것이고. 빛의 정령과의 친화력이 엄청난 아이샤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도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기껏 창조신의 눈을 피했는데, 끈질기게 자신을 추적해 기어이 마리안느와 가장 가까웠던 알리사를 환생시키기까지 했다. 루미나스가 소환되기 전에 없애는 편이 셀레나에게는 좋았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인간 사이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정령계의 이해관계 속 로맨스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로맨스의 비중이 높았어도 뜬금없었을 것이다.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인데 왜 키스를 퍼담아. 미드식 전개도 아니고. 굳이 로맨틱한 연출이 없더라도 아이샤와 루미나스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는 다 표현되었으니 추가적인 로맨스는 오히려 작품에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엔딩

 

 작품의 마지막에서 셀레나는 결국 잠시 아이샤의 몸을 빌린 창조신으로 인해 사라진다. 어둠의 힘이 폭주한 마리안느 역시 죽게 되고, 알리사의 오빠이자 이덴베르의 황제가 된 라키아스는 마리안느의 죄를 함께 안고 간다. 아이샤와 마리안느의 대면에서 하나씩 세뇌가 풀리며 아이샤가 알리사였음을 알아본 황족들의 연출이 인상 깊었다. 마리안느의 세뇌로 인해 가깝게 지내던 알리사를 한순간에 밀어냈던 가족들이 이제는 마리안느를 막아서며 아이샤를 구한다. 외향이 달라졌어도 알리사를 알아보고 사죄를 건넨 후, 결국 죽게 된 가족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살아서 엘미르로 잡혀가도 사형을 면하기는 힘들었을 테고, 아이샤의 정체를 안 시점부터는 죽음으로 속죄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세뇌에 걸렸어도 알리사에 대한 트라우마적인 기억이 남아있는 듯한 모습이 종종 연출되었다. 아이샤의 마차를 습격한 또 다른 알리사의 오빠인 엘시스는 아이샤를 보는 순간 알리사가 죽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마음 속에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웹툰 91화


 알리사의 가족들이 알리사임을 알아보는 순간, 내심 죽지 않기를 바랐다. 알리사도 그들과 즐거웠던 때가 있고, 가족들의 냉대는 사실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들이 저지른 학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억울하게 죽었던 그 한을 잠시 풀 수 있었을 뿐. 아마 이덴베르의 황족들도 그 사실을 알고 마리안느와 함께 그 죄를 안고 죽은 것은 아닐까 한다. 

 

 

총평: ★ ★ ★ ★ ☆

 

 진한 판타지와 진한 가족물, 그리고 곁다리로 따라오는 로맨스. 세 장르의 적절한 분량과 연출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