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정보
- 원작: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 - 밀차
- 작화: 고래
- 출판사: 디엠씨웹툰비즈
- 회차: 본편 147화 + 외전 11화
-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리디 등
- 유형: 책빙의
줄거리
| 의문의 사망 이후 소설 속으로 빙의하게 된 재수생 박은하. 하지만 그녀가 방의한 인물은 주인공도 아닌 약혼자에게 독살 당해 죽는 엑스트라, 레리아나 맥밀런?! 그녀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약혼자와의 파혼뿐! 레리아나는 소설 남주, 노아 윈나이트에게 계약 약혼을 청하게 되는데....... "단 6개월만 약혼자 흉내를 내주신다면 그 후에는, 공작님 인생에서 깨끗이 사라져 드리죠." "좋아. 대신 내가 필요할 때는 꼭 내 약혼녀로서의 역할을 해내 줘야겠어." 그녀는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리뷰 ※스포 주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나 등장인물의 캐릭터성, 개연성의 측면에서 봐도 상당히 잘 만든 웹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내용적인 측면부터 리뷰를 해보자면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했던 책빙의 소재를 과하지 않게 잘 풀어냈다. 현재 로판은 회빙환 없이 진행될 수 없는데, 여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연성 없이 다짜고짜 빙의시키는 클리셰와는 달리, 그공사는 빙의의 과정과 원인이 잘 짜인 하나의 인과관계를 형성한다. '여신'의 존재는 여타 로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세계는 알고 보니 여신의 극놀이이며 우리는 이에 이용당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신녀의 말은 그공사만의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
로판의 책빙의는 주인공이 책 속 등장인물로 빙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공사도 마찬가지다. 재수생 박은하는 소설 속 레리아나에 빙의된다. 그러나 여신 앞에서는 박은하도, 레리아나도 모두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영혼의 상성이 잘 맞는다느니, 어떤 흑마법에 의한 거라니 등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여신이 박은하를 이 세계의 역할로 정해서 박은하는 빙의한 것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책 속 세계, 즉 소설 속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까지 모두 여신의 역할 놀이에 불과하다. 외전에서도 노아가 여신이 준 책을 이용해 레리아나와 결국 다시 만나지 않았는가? 거기나 여기나 모두 같은 책 속 세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공사가 책빙의라는 로판의 클리셰를 착실히 따라가고, 어쩌면 책빙의라는 클리셰를 만들었을지 몰라도 다른 소설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계의 본질적인 측면이 아닌, 본편의 얘기를 할 차례다. 박은하는 레리아나가 단명할 운명이라는 걸 안다. 레리아나의 약혼자 때문에 비소 중독으로 죽게 되고, 약혼자가 상심한 가족들을 이용해 가문을 집어삼키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게 레리아나의 친구이자 이 세계의 여주인공, 베아트리스다. 살고 싶으니까 레리아나는 로판의 클리셰를 착실히 따라간다. 약혼자가 쉽게 넘보지 못하고 파혼할 수 있는,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인물인 남주인공 노아 윈나이트를 찾아가서 계약 약혼을 제안한 것이다. 소설을 알고 있는 레리아나는 그 점을 이용해 노아와의 약혼에 성공하고, 단명의 운명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로판의 클리셰를 착실히 따라간다. 서로 좋지 못한 첫인상으로 시작한 둘은 결국 서로에게 빠져서 사랑하게 되지만 레리아나는 결국 노아가 베아트리스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거리를 둔다. 로판 여주의 클리셰 중 하나인 원작의 개연성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유명한 말도 있지 않는가. 당신이 이누야샤에 빙의했는데 이누야샤가 가영이가 아닌 내가 좋다고 쫓아다닌다거나, 코난에 빙의했는데 도일이가 미란이가 아닌 내가 좋다고 쫓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필사적으로 피해 다닐 것이다. 로판 여주들도 똑같다. 남주가 여주가 아닌 내가 좋다고 쫓아다니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원작의 강제성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것이다. 레리아나도 마찬가지고, 작품에서는 이 감정이 계속 묘사된다. 베아트리스와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라든가, 노아가 계속 날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좋아하기 두려워. 라든가. 결국 베아트리스와 마주한 노아는 정작 두근거림 보다는 위화감이 들었다고 했지만. 그리고 질투받은 날이니까 국경일로 만들 거라는 주접은 덤.


착실히 클리셰를 따라가는 듯 하지만, 본편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클리셰와는 떨어진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우선 레리아나는 노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진작에 눈치챈다. 로판 주인공들의 기본 특성인 눈치 없음은 확실히 없는 모습이다. 거기에 둘의 계약 약혼 전, 어쩌면 이 이야기는 시작도 못 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 계약 약혼을 해달라는 여자를 노아는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보통의 남자 주인공들이 비밀에 대한 언급만으로 계약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뻔뻔한 얼굴로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냐며, 누가 믿어줄 것 같냐며 레리아나와 계약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물론 레리아나가 기지를 발휘해서 결국 계약을 하게 되지만. 어쩌면 노아는 눈앞의 이 여자를 시험했던 것 아닐까? 그러지 않으면 수가 맞지 않는 체스말을 일부러 문 앞에 뒀을 리가 없다. 체스 말을 본 레리아나는 이 체스판이 현재 왕국의 정세라는 걸 그 짧은 시간에 눈치채고, 결국 노아와 계약하는 데 성공한다. 나는 여기서 레리아나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원작 소설을 다 알더라도 계약이 실패할 상황인데, 잠깐 본 체스말로 왕국의 정세라는 것까지 파악하고 심지어 자신의 패를 하나 더 깠다. 물론 정보의 출처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미친사람이라고 잡혀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아의 철벽은 레리아나가 납치된 그날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자신의 약점을 쥔 여자가 사라지면 좋은 일인데, 왜 이리 화가 나냐며 스스로도 의아해하던 노아 역시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라 금방 제 감정을 눈치챈다. 평생 곁에 들인 여자가 없는 전형적인 남주이지만 둔감하지는 않다는 거다. 물론 옆에서 바람 넣는 형도 한 몫 했고, 노아보다 노아의 행동으로 먼저 눈치 챈 사람이 한 트럭이었지만 어찌 됐든 빨리 눈치채긴 했다.
클리셰 적인 요소는 계속 나온다. 서브 남주의 등장이다. 저스틴 샤말은 레리아나에게 계속 관심을 보이며 급기야는 레리아나가 흘린 약혼반지를 줍기까지 한다. 물론 레리아나는 그 사실을 알고 돌려달라 했지만, 서브 남주답게 그냥은 못 주고 자신과 밥 한번 먹자고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레리아나는 눈치가 빠르다. 이 남자가 저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로판의 클리셰가 발동하려면 여기서 레리아나는 저스틴과 밥을 먹고, 그걸 노아 혹은 노아의 최측근이 목격을 해서, 노아와 레리아나 사이의 오해가 깊어져야 한다. 그러나 레리아나는 저스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약으로 엮인 관계고, 당시의 레리아나는 노아를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둘은 어쨌든 약혼 관계다. 약혼자가 다른 남자와 밥을, 그것도 자신에게 관심있는 남자와 밥을 먹는 건 레리아나의 상식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약혼 반지는 돌아오지 못하고 노아는 그걸 발견하지만, 레리아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약혼 반지를 계속 가지고 있던 저스틴은 그걸 목에 걸고 다닌다. 너진짜왜그러니 노아는 결국 그것을 보게 되지만, 레리아나가 설령 남자가 있다 해도 다른 것도 아닌 약혼반지를 줄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레리아나는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고 머리도 빠르게 굴러가니까. 그리고 전 반지는 찾지 말라고 하면서, 새로운 반지를 준다. 계약의 의미에서 준 반지는 아무 의미 없으니까 찾지 말고 새로 준 반지는 잃어버리지 말라면서 사랑 고백을 한다.


해당 회차 초반, 노아는 선왕의 초조한 눈을 자신의 눈에서 본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던 그 초조한 모습. 선왕의 사랑은 왕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을 통해 어머니를 보던 선왕의 눈을 노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 비극을 바로 옆에서 본 노아는 아마 절대 같은 길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노아는 그 눈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까 봐 불안한 마음. 초조한 눈을 하면서도 노아는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 사랑 고백을 레리아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나왔을 수도 있지만, 레리아나는 이미 노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물어보기까지 했다. 왜 굳이 지금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걸까? 노아는 레리아나가 자신을 떠날 거라는 걸 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인생에서 깔끔하게 사라져 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먼저 계약을 끝내자는 말도 꺼냈다. 노아는 초조했을 것이다. 선왕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그 심정을 알 수 있다. 아직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실제로 계약 기간도 남아 있으니 레리아나는 떠날 수 없다. 노아는 집착이 심하다는 비유가 종종 나오고 본인도 그걸 인정했다. 남은 기간 동안 레리아나를 붙잡기 위한 노아의 방식 아니었을까. 물론 레리아나도 노아를 좋아하긴 해서 이 고백을 듣고 불안해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들었지만, 베아트리스라는 인물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정작 노아는 만났을 때 아무것도 못 느꼈지만.
서브 남주의 등장과 원작에 불안함으로 노아와 레리아나는 계속 거리를 둔다. 물론 레리아나가 일방적으로 피하는 것이지만. 이때 사랑의 위기에서는 사건이 터져야지 주인공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클리셰가 발동한다. 노아는 건국제 무투회를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지만, 레리아나에게 레이디의 맹세를 하는 저스틴의 모습에 화가 나서 결국 참여하게 된다. 왜그래진짜 중요한 건 여기가 아니다. 저스틴이 영광을 바치든 말든 레리아나는 저스틴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없으니까. 무투회 중 누군가 테러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노아는 레리아나를 지키려다가 팔 한쪽을 잃는다. 형은 다리를 잃었는데 노아는 팔을.... 이 형제의 삶이 너무 기구하다. 어찌 됐든 노아는 레리아나가 다치지 않은 것에 안심하지만, 그걸 보는 레리아나는 어떻게든 노아의 팔을 되살리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지키려다 팔 하나를 잃었는데, 레리아나가 이렇게 정신없어하는 모습은 작품에서 거의 처음으로 등장한다. 애초에 레리아나는 최종 목표가 살아남기다. 감정에 휩싸여 이리저리 흔들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노아의 팔로 거의 반쯤 이성을 잃었다가, 일전에 대신관한테 받은 대신관의 신력이 담긴 방울을 생각해 낸다.
여기서도 노아와 레리아나는 서로만 생각한다. 상대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냅다 영광을 바치는 서브 남주와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레리아나는 빙의된 후 모든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이로 인해 대신관의 이쁨을 받아 막무가내로 손녀가 되었는데, 일전에 신력이 담긴 방울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거기에 어떠한 이유에선가 한번 쓰러졌을 때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는데, 노아는 당신이 더 이상 눈을 뜰 수 없는 게 가장 무섭다며 팔 하나는 없어도 되니까 방울은 쓰지 말자고 한다. 당연히 레리아나는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지금 그게 문제냐며 화를 내고 사랑 고백을 하며 방울을 쓴다. 그리고 다행히 노아의 팔은 돌아온다.
사랑의 위기도 넘기고 노아의 위기도 넘긴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 레리아나는 노아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했고, 노아는 여기서 또 명대사를 날린다. 당신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거라고 해도 모두 믿을 거라고. 물론 노아도 황당했을 것이다. 이 세계가 책이고 레리아나는 그걸 다 안다니? 그렇지만 믿지 않으면 레리아나가 갑자기 쓰러지는 걸 설명할 길이 없기도 하고, 그 이후에 한 사랑 고백이라든가 같은 모든 말들도 믿고 싶어서 믿는다고 한다. 여기서 노아가 정말 레리아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로판 클리셰의 발동으로 남주는 모두 여주의 비밀을 바로 믿지만, 노아는 그 이후의 말까지 전부 믿고 싶어서 믿는다고 했다. 물론 레리아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세계가 책인지 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레리아나의 사랑 고백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후에 노아와 레리아나는 빙의의 원인을 밝혀내게 된다. 원래의 레리아나는 본인의 삶에 상당한 회의감을 느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친구라니! 게다가 곧 죽을 운명이라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레리아나는 본인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서 베아트리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이는 레리아나에게 접근했던 '검은 신녀'가 부추겼지만. 결국 원래의 레리아나는 베아트리스가 된다. 원래 베아트리스의 영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박은하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이로 인해 박은하는 레리아나가 된다. 여신의 극놀이에 신녀가 끼어든 셈이 된 거다. 이런 사술로 인해 레리아나, 그러니까 박은하는 이세계에 온 뒤 계속 쓰러졌던 것이고 대신관의 축복까지 받았음에도 감기에 걸린다. 거기에 신력이 부어도 부어도 사라지는 기분 이랬으니... 베아트리스, 그러니까 원래의 레리아나의 말마따나 계속 죽을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레리아나의 몸은 단명할 운명이라고 믿고 있다. 소설에서는 단명하기도 했고, 검은 신녀까지 세상의 주인공은 베아트리스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레리아나는 그 운명을 믿지 않는다. 물론 박은하가 빙의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는 단명할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애초에 박은하도 단명할 운명이었고. 하지만 레리아나는 계속 움직였다. 새로운 인연도 만났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다.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이 악순환에서 레리아나는 결국 베아트리스를 죽이고 말았지만 노아는 그 순간에도 레리아나만을 생각했다.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레리아나가 원래 베아트리스라는 걸 생각하면 묘하긴 하지만. 베아트리스가 말한 죽을 운명, 몸에 따르는 운명은 없다는 것이다.
단명할 거라는 베아트리스의 말과는 다르게 레리아나는 노아와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잘 살았다. 이후 현대 시점에서는 노아가 여신에게 받은 책을 통해 결국 박은하를 찾아내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총평: ★ ★ ★ ★ ★
정말 잘 만든 작품. 로판의 입문서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리 많은 작품을 봐도 결국 돌고 돌아 그공사로 돌아올 만큼 로판의 교과서이자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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