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정보
- 원작: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 달슬
- 작화:비아
- 출판사: 연담X다온
- 회차: 본편 140화 + 외전 19화
-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 유형: 책빙의
줄거리
| 버스 사고 후 눈을 뜨니, 즐겨 읽던 웹소설 세계에서 눈을 떴다. 그것도 원작 주인공들이 태어나기 전, 부모님 세대에! 앞으로 연달아 닥칠 불행을 막기 위해, 여주인공을 임신한 언니의 납치부터 막으려고 했는데 대신 납치를 당해버렸다?! 납치 당한 것도 서러운데, 몸은 마력에 버티질 못해 개복치 신세가 됐다. 그런데... 날 납치한 황제의 곁에만 있으면 몸이 멀쩡해지네! 그래! 악녀와 결혼해, 아들에게서 죽임을 당할 저 남자도 살리고 마력에 취약한 나도 살 방법은... 우리 둘이 결혼하는 것 뿐! "아버님 결혼해주세요" "공주. 난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는데 아버님이라니..." 스윗한 철벽남 황제를 향한 '청혼 프로젝트' |
리뷰 ※스포 주의※
발랄하고 귀여운 분위기 뒤에 숨겨진 스릴러. 가벼운 마음으로 볼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버님' 남주 에우레디안과 솜사탕 여주 예레니카, 그리고 악녀 솔레이아 등 캐릭터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극초반의 여주는 여느 로판의 주인공과 다름없이 미래를 다 알고, 이를 미리 막으려고 한다. 어쩌다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건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은 물론 세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언니를 숨기는 데는 성공한다. 정작 자신이 납치당하면서 악아꼬가 시작되지만. 그러던 중 비극의 시작은 에우레디안과 솔레이아의 결혼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그 후부터 매일같이 에우레디안에게 청혼한다. 줄거리에도 나와있듯이 자신과 결혼하면 세계의 비극도 막고, 에우레디안의 목숨도 살리고, 이 땅과 맞지 않는 자신의 체질도 걱정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복치 몸에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아는 건 소설의 내용뿐인,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능해 보일 수 있는 여주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최종 흑막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때 마력과 신성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이방인 예레니카의 체질이 빛을 발한다. 이야기의 설정 상 마력과 신성력은 서로 감지할 수 없어서, 에우레디안은 솔레이아의 흑마법도 눈치채지 못한다. 물론 솔레이아도 에우레디안의 신성력을 감지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나의 추측으로는 원작에서도 의심은 했을 것이다. 물증이 없어서 그대로 결혼까지 한 것이고. 게다가 솔레이아는 차기 마탑주이기 때문에 배경적으로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에우레디안도 극초반에는 결혼의 가능성을 실제로 두고 있었으니까. 황후를 평생 의심해야 되는 피곤한 사이가 될 거라는 경계심 섞인 발언도 함께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의심들이 모두 예레니카를 향한 악의와 의심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에우레디안은 죽기 전에서야 흑마법의 존재에 대해 눈치챘을 수도 있다.


예레니카는, 다시 말해 예레니카의 몸속에 있는 서은서의 영혼은 이방인이다. 예레니카의 몸은 세례를 받긴 했지만 서은서는 당연히 예레니카의 세례명을 몰라서 벨고트 황가의 시조인 신 라울라스를 소환할 때도 자신의 세례명이 아닌 초대 벨고트 황제의 세례명을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마력도 신성력도 별로 없는 작은 왕국인 르보브니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원래 예레니카의 체질인지 아니면 서은서의 영혼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레니카는 인질로 벨고트에 넘어오자마자 강대한 마력으로 인해 고생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즉, 예레니카는 신성력과 마력 모두를 인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위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마력과 신성력은 본래 서로 인지할 수 없어서 얼떨결에 공존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솔레이아가 소환한 지하의 신, 하이데스가 라울라스와 서로의 기운을 인지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라울라스는 하이데스의 출현에 관한 부분은 전적으로 예레니카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에우레디안도 마찬가지고. 이야기 중반, 결국 하이데스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에우레디안은 눈치채지 못했다. 하이데스의 모습을 예레니카는 볼 수 있었고, 살기 위해 라울라스를 소환한 것까지 하이데스와 솔레이아가 봐버려서 둘의 목적이 에우레디안이 아닌 예레니카로 넘어왔다는 함정이 있지만.
당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에우레디안은 (흑마법도 원인이긴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예레니카를 정말로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다시 영혼만 튀어나온 예레니카는 다행히 라울라스의 도움으로 살았다.) 솔레이아를 그대로 죽이려고 했다. 예레니카도 에우레디안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만약 솔레이아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에우레디안과 결혼할 일은 사라지는 거니까. 그게 아니어도 결혼할 일이 이젠 사라지긴 했다. 벨고트에서 흑마법사는 발각되는 즉시 처형하니까. 하지만 예레니카는 조금 더 멀리 봤다. 에우레디안은 못 보는 제 눈 앞의 하이데스가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예레니카는 지금 당장 솔레이아를 죽인다고 해서 하이데스가, 목적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대체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 지 알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솔레이아는 죽으면 안 되는 존재였고. 예레니카는 자신의 쥐꼬리만한 신성력으로 소환한 라울라스에게 저들을 뒤쫓아 가서 무슨 꿍꿍이인지 샅샅이 보고 오라고 한다. 그리고 신성력을 채우고, 솔레이아를 놔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에우레디안의 시선을 떨어뜨려 놓는다.


해당 에피소드는 예레니카의 활약이 엄청나다. 쥐꼬리만한 신성력으로 라울라스를 결국 소환하고, 하이데스와 솔레이아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체 왜 신성력을 그토록 갈망하는 지도 얼추 알아냈다. 솔레이아가 흑마법을 쓴다는 물증도 남겼다. 라울라스가 솔레이아에게 신성의 씨앗을 심어둘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추적할 수 있게도 했다. 고작 몇 회차이지만 사실상 이야기의 최종 흑막들을 바로 턱 밑까지 추적한 거나 다름 없다. 예레니카가 로판 여주치고는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 아닐까? 물론 솜사탕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마력과 신성력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체질은 이세계 영혼이 아닌 로판 여주에게 부여할 수 있는 개연성인 동시에 눈에 띄는 먼치킨 여주가 아니더라도 주어진 상황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레니카만의 능력인 것이다.
예레니카의 체질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캐릭터의 서사적 면을 보자. 아이벤 백작 부인의 말에 따르면 이대로 가다간 정말 에우레디안이 솔레이아를 받아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점은 예레니카를 만나기 전에는 황후가 누가 되어도 큰 신경을 안 썼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에우레디안은 그동안 자신에게 접근하려 했던 영애들을 솔레이아가 방해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아마 예레니카가 다른 영애들과 비슷하게 벨고트에서 나고 자란 귀족 영애라면 에우레디안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솔레이아 선에서 정리됐을 거다. 그랬다면 아마 원작대로 흘러갔겠지만. 자신을 사랑한다 했던 말조차 의심스러운 여자이지만, 황후로 맞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솔레이아가 꼭 마탑을 상징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 거다. 적당한 가문의 적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대했을 거다. 오히려 타국 공주의 신분으로 경우 없이 청혼하는 예레니카에게 더 철벽을 쳤으면 쳤지, 누군가를 절절히 사랑해서 꼭 황후 자리에 앉히겠다는 건 예레니카를 사랑하기 전엔 있지도 않았을 일이라는 거다.
에우레디안은 이번 대의 유일한 황족이다. 에우레디안을 오랜 기간 곁에서 모신 부주교인 디에리고도 얽매인 게 많은 분이라고 설명할 만큼 당연하겠지만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황후의 자리는 적당한 가문의 적당한 인물이라면 그게 누구든 기꺼이 앉혔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의아했던 건 이번 대의 유일한 황족이 황태자비 없이 즉위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주된 이유이겠고 원작 <브리즈니는 행복하고 싶어>에서 부모 세대의 이야기는 스치듯 나온다고 하니 애초에 그러한 설정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웹소를 보지 않아서 소설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 한번 독자의 입장에서 여러 망상을 해 보자.
1. 솔레이아의 방해
솔레이아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에우레디안을 비롯한 신성력을 다루는 자, 특히 벨고트 황가에 대한 복수심이 엄청났다. 웹툰 상으로 하이데스와 계약할 때 역시 상당히 어려보인다. 물론 마탑에서 에우레디안을 처음 봤을 때 보다는 시간이 지난 모습이지만, 그래도 역시 여전히 어려보인다. 에우레디안은 예레니카와 나이 차이가 있지만 솔레이아는 동년배이다. 하이데스와 계약을 하던 시기의 솔레이아는 적어도 10대 중반으로 보인다. 그 시기의 에우레디안이라면 황태자비가 없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유일한 황태자에게 황태자비가 없다? 한번 쯤 생각해 볼 요소이다. 아마 이 때 쯤 솔레이아가 하이데스와 계약하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에우레디안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모두 쳐낸 게 아닐까? 설령 그게 황태자비일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되면 왜 솔레이아는 진작에 에우레디안의 비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의문이 든다. 솔레이아가 마탑의 실세가 된 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이다. 후작가의 영애라도 쟁쟁한 가문의 후보는 많았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완전히 마탑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황태자비의 자리가 오히려 방해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완전히 마탑을 장악하지 못한 자가 황태자비의 자리에 간섭하거나 황태자에게 접근하려는 여자를 방해할 수 있는가? 그 시기의 솔레이아는 이미 하이데스와 계약했다.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
2.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즉위 + 워커홀릭
에우레디안은 작품 내에서 엄청난 워커 홀릭으로 묘사된다. 물론 예레니카가 임신한 후에는 펠릭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는 했지만, 일은 나몰라라 하고 그 밑에 보좌관들만 죽어나가는 게 소소한 개그 클리셰로 쓰이는 로판에서 드물게 일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 황제이다. 또한 이야기 초반 시점에서 에우레디안의 나이는 26세이다. 디에리고가 에우레디안을 10년 가까이 모셔왔다고 하는데, 최소 16~17세에 즉위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딱 황태자비를 들일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빠른 즉위로 황태자비를 맞이할 시간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소소한 재미를 위해 한 번 생각해 봤다. 다른 로판에 비해 가족에 대한 묘사가 매우 적은 에우레디안이라, 웹툰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 물론 천성이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든가, 선황제를 많이 닮았다는 등의 묘사가 있지만 거의 모든 가족사가 나온 예레니카 그리고 르보브니 왕실 상당히 비교된다. 로판의 클리셰와 다르게 전형적인 황실이라 특별할 게 없었나, 싶기도 하다.
에우레디안의 가족사는 여기까지 얘기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건 예레니카와 에우레디안 사이의 서사다. 초반까지만 해도 에우레디안은 결혼하자는 예레니카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예레니카는 이 남자가 진짜 나한테 관심이 없고, 끝까지 선을 그을 사람이라는 걸 직감한다. 예레니카가 처음 영혼이 튀어나와서 겨우 들어간 뒤, 에우레디안을 찾아갔던 그 새벽 이후로 에우레디안은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예레니카가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여기서 에우레디안의 속마음이 묘사된다. 예레니카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만, 청혼에 마음이 없는 것도 다 알기 때문이다.


예레니카도 점점 에우레디안에게 진심이 되고 있지만,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진지하게 본인이 돌아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받자 상당한 서운함을 느끼고, 그제야 제 진심을 자각한다. 하이데스를 잡기 위한 과정이 주를 이루는 후반부와 달리, 치밀한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루는 초반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도 이런 과정 때문이다.
예레니카는 계속된 에우레디안의 철벽에 이 사람은 절대 곁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솔레이아가 에우레디안에게 결혼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제안을 하는 걸 듣게 된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원작대로 흘러간다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에우레디안은 솔레이아의 말을 듣고 깨달은 게 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솔레이아 역시 에우레디안은 옆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 진작에 에우레디안의 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당신이 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공주에게 그 손을 뻗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감정은 고수하고 생각이 복잡해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날은 예레니카와 에우레디안 모두 헤어져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던 날이었을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새벽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헤어짐을 직감해서였을까 에우레디안은 제 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한다.


이후의 에우레디안은 그냥 직진이다. 이미 제 마음을 고백했고, 이제 예레니카가 떠날 날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에우레디안은 짧은 시간에 궁 전체가 예레니카에게 장악당한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처럼 둘의 사랑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디에리고의 말처럼 신경 쓸 게 많은 에우레디안에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타국 출신 공주 예레니카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예레니카 역시 이 사람을 소설 속 비운의 등장인물에 대한 동정이나 나를 살게 해주는 사람 같은 이유가 아닌, 그저 사랑하게 됐다는 걸 자각한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빠르게 스며든 것이다. 에우레디안의 납치도 그리 강압적인 게 아니었고, 예레니카의 말마따나 르보브니 측에서 먼저 협상을 어긴 것이고, 벨고트로 온 예레니카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니 딱히 사이가 나빠질 것도 없긴 했다. 보통 이런 관계는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피폐물이 되기 십상이다.
결혼도 일인 황제가 아무 경계심 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에우레디안은 디에리고와도 그리 가깝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벽이 높은 사람이 자각도 전에, 디에리고가 눈치챌 만큼 다른 대우를 했다고 한다. 아마 처음부터 마음이 갔던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그공사의 노아도 사실은 레리아나에게 첫눈에 반한 거 같다고 했지만 초반의 행적을 보면 저게 어딜 봐서 첫눈에 반한 사람인 건가 싶다. 여기는 한 제국의 황제이니 더 얽힌 게 많고 보는 눈도 많아서 벽을 철저하게 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제 이 작품은 왜 가볍게 볼 수 없는지 한번 주절거려 보겠다. 우선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루는 섬세한 로판 감성의 초반부도 마냥 로맨틱하지는 않다. 주인공들이 삽질을 하다가 사랑을 자각하게 되고 잠시 헤어지는, 흔한 로맨스 전개 같아도 흑막의 존재가 너무 강력하다. 솔레이아는 로맨스 측면의 악녀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세계관 흑막이라는 측면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순히 에우레디안을 좋아해서 지속적인 구애를 하는 줄 알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높은, 인간으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를 넘본다는 실체는 순식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지상에서 가장 강대한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에우레디안이 솔레이아와 대치하는 장면은 솔레이아가 흔한 로판의 악녀처럼 마냥 고고한 귀족 영애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거기에 섬뜩한 분위기를 솔솔 풍기는 하이데스의 등장은 세계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 싸움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최후반부에서 또다시 영혼만 튀어나온 예레니카의 모습과 하이데스의 유데타를 향한 광기는 당연히 해피 엔딩이겠지만, 어쩌면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제시한다. 다행히 작전은 성공해서 예레니카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하이데스는 다시 봉인되었지만 끝까지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전개다.
개인적으로 감정적인 측면에서 전반부도 안심하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에우레디안의 철벽은 보는 독자들 조차 속았으니 말이다. 속마음 묘사가 없었다면 정말로 예레니카에게 단 한 톨의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다가, 뜬금없이 좋아한다 간접 고백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예레니카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물론 에우레디안의 속마음 묘사가 없었더라도 그 새벽의 사건은 에우레디안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와서 이후 태도가 달라진 건 예레니카도 눈치챘지만 말이다. 이미 황제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있던 남주 역시 드물다. 애초에 에우레디안은 원작의 부모 세대로 나온 인물이다. 로판 남주들 중에서도 연령대가 어린 편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하는 로맨스라니, 처음부터 모든 마음을 보여준다는 건 애초에 성립하지 않은 일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된 자의 로맨스는 편한 마음으로 보려던 독자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총평: ★ ★ ★ ★ ☆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 매력적인 작품. 자칫 잘못하면 뻔한 로판으로 흘러갈 수 있었지만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으로 악아꼬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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