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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리뷰 #06]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by 칰이 2025. 10. 3.

기본 정보

- 원작: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 김로아

- 작화: 몬

- 출판사: 디앤씨미디어웹툰

- 회차: (25.10.03 기준) 본편 203화 연재 중

- 연재처: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 유형: 환생, 회귀

 

 

줄거리

"...한번 해 보자. 내가 가주가 되는 거야."

제국에서 제일가는 가문, 롬바르디의 사생아로 환생한 피렌티아.
게다가 이 가문은 막대한 부는 물론 외교와 문화까지 통달한
말그대로 제국의 역사 자체!

금수저 오브 금수저 인생 당첨!
앞으로는 탄탄대로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친척들은 문전박대,
거기다 그 잘나가던 가문이 쫄딱 망해 버릴 줄이야!!

분통을 터트리며 술을 조금(?) 많이 마시며 돌아가는 길,
마차에 치여버리기까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하지만 원망도 잠시, 눈을 뜨니 일곱 살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내가 아버지의 가문을 살릴 수도 있다고?

거기다 회귀 전 가문의 원수,
2황자가 대형견마냥 졸졸 쫓아다니기까지?!

좋아, 이렇게 된 거 2황자도 가문도 다 내 거다!

환생에 회귀까지, 인생 3회차 피렌티아의 가주되기 프로젝트!

 

 

 

리뷰 ※스포 주의※완결된 원작 웹소설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생이라는 설정이 왜 붙은 건지 의아해지는 작품이다. 3회차 인생이라는 설정이 굳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게 되지만, 끊임없는 사이다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장르의 불명확성

 

 특정한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다. 육아물이라고 하기에는 성인이 된 후의 모습도 비중이 적지 않고, 피폐물은 당연히 아니고, 역하렘? 이것도 당연히 아니다. 그나마 하나만 고르자면 가족물이다. 그러나 가족물로만 특정을 하기에는 티아와 2황자 페레스가 과하게 먼치킨이다. 꽤 초반부에서 사이다물의 성격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로판치고는 상당히 긴 편이라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웹소설 중 로판은 특히 짧은 편이다. 외전까지 모두 합쳐서 보통 길어야 200화 내외로 끝난다. 그러나 이가주의 원작은 외전까지 모두 포함하면 300화가 넘어간다. 초반에는 가족물이자 육아물, 후반부로 갈수록 티아와 페레스가 다 해먹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긴 분량 덕분이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빙의자를 위한 특혜' (이하 빙위특)가 있다. 원작이 무려 500화가 넘는다. 초반에는 힐링 육아물의 성격을, 중반부 이후 짙은 판타지의 성격을 보여준다. 다양한 성격의 장르가 혼합된 것은 긴 분량의 특징이다.

 

 그래도 역시 굳이 한 장르로 특정한다면 가족물이 될 수 있다. 티아 역시 '남주의 입양딸이 되었습니다'의 레오처럼 자신이 영특하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레오에 비하면 어린 아이 같은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악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다. 이것 또한 전 편에서 말했던 절대적 정보량의 부족으로 생겨난 현상이다. 독자는 티아의 어린 시절을 모른다. 환생 전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어서 왜 환생이라는 설정이 붙었나 의아해질 정도이고, 롬바르디에서의 삶 역시 7살 이전으로는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애초에 회귀한 시점이 7살이다. 그 이전의 설정들 중 중요한 것이라고는 평민 어머니가 이미 죽었다는 것과 가문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환생물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육아물이라면 주인공이 환생한 시점부터 함께 했을 것이다. 주인공의 인생을 함께 따라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무시를 당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는지 등을 함께 보게 된다. 

 그러나 이가주는 티아의 1회차, 2회차 인생은 건너뛴다. 1화에서는 롬바르디가 제국에서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가문에서 무시받던 티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가문이 어떻게 무너지기 시작했는지 등을 빠르게 압축해서 보여준 후, 티아의 회귀까지 보여준다. 티아의 2회차 인생을 요약해서 빠른 속도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독자들은 티아의 3회차 인생을 함께 따라간다.

 

 티아는 목적이 뚜렷하다. 물론 안 그런 로판 주인공이 어디있겠느냐만, 무사히 살아남기라든가 행복하게 살기라든가 같이 인생을 아우르는 목적이 아니다. 롬바르디의 가주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티아의 목적이다. 독자는 티아의 3회차 인생을 함께 따라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티아가 가문에서 입지를 넓혀가는지, 어떻게 가주까지 될 수 있는지 모두 보게 된다. 2회차 인생은 3회차 인생을 위한 곁다리이다. 2회차에서도 영특하다고 할아버지께 인정받았던 만큼, 티아는 2회차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천천히 입지를 넓혀나간다. 그러면 왜 2회차에서는 가주가 되지 못했는가. 우선 티아는 책빙의가 아닌 환생을 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 태어났다는 말이다. 똑같은 아이들처럼 배워가며 자랐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영리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만약 티아가 책빙의를 했다면, 2회차의 인생을 책으로 미리 본 거였다면 바로 가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은 직접 겪은 일 외에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까지 모두 알려주니까. 그러나 티아는 자신이 겪은 일들만 활용할 수 있다. 책으로 모든 걸 본 게 아니니까.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닌,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입지를 넓혀간다. 이쯤 되면 정말 환생은 왜 들어갔는지 의문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가주의 장르는 장치적 부분과 서사적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환생과 회귀, 그리고 가족물과 성장 조금 먼치킨 많이 로맨스 적당히. 

 

아이들 세대의 성장

 

 타 가족/육아물 로판에 비해 분량이 길어서 아이들 세대, 그러니까 티아 세대의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모습도 중후반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티아의 사촌들과 1황자 아스타나, 2황자 페레스, 그리고 페레스 측근들까지. 어른들에서 아이들로 주요 인물들의 비중이 상당히 뒤바뀌지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공통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티아와 페레스는 오히려 그들의 할아버지를 더 닮았다고 묘사되긴 하지만.

 

 티아는 어른들도 놀랄 만큼 완벽한 가주 후계자로 성장한다. 할아버지의 위압감을 그대로 닯아서 어린 나이임에도 왜 롬바르디의 가주가 가주 대리로 내세웠는지, 황후의 가문인 앙게나스에 의해 몰락한 브라운 가문의 복권이라는 큰 숙제를 티아에게 맡기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페레스는 황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인 선황제를 똑닮은 눈빛을 가졌다고 묘사된다. 페레스의 뛰어난 능력을 황제가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이다. 본인이 선황제를 죽이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에, 페레스를 볼 때마다 트라우마처럼 선황제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한 독자의 명댓글이 있다. 첫째 아들은 지 못난 모습이랑 닮아서 싫어하고, 둘째 아들은 지 아빠랑 닮아서 싫어한다고.

(좌) 선황제, (우) 페레스

 티아의 사촌인 벨레삭 역시 제 아버지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벨레삭의 아버지이자 티아의 삼촌인 비에제는 이야기 초반, 어린 티아와 티아의 아버지 갤러한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갤러한이 뛰어난 성과를 내었을 때도 굳이 안 좋은 소리들을 하고 다닐 만큼 동생에게 상당한 열등감이 있지만 정작 제대로 하는 일은 없는 비굴한 모습을 벨레삭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후에 벨레삭이 약간이나마 갱생하는 모습을 보면 천성이 악인은 아닌 듯하다. 

(좌) 비에제, (우) 벨레삭

 티아의 또 다른 사촌들인 길리우와 메이론 쌍둥이 역시 엄마인 샤나넷을 닮았다. 티아의 고모인 샤나넷은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가주가 되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조용히 살았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되찾고 티아의 목표를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티아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뿐이었고, 샤나넷은 티아가 성인이 된 후 가주 대리, 그리고 가주가 될 때까지 지켜주겠다고 한다. 롬바르디에서 갤러한을 제외하고 티아를 가장 앞장서서 지켜준 사람은 샤나넷과 쌍둥이다. 쌍둥이는 어릴 적 티아의 비범함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벨레삭이 티아에게 시비를 걸 때마다 나서서 지켜줬다. 어른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티아를 지켜준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티아뿐만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위해 야반도주하는 벨레삭의 누나 라라네를 응원해 주는 등, 어머니와 비슷하게 롬바르디의 사람들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가문들이 나오고 분량이 상당한 만큼,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이가주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식 세대가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이가주가 왜 성장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문의 의미

 

 로판에서 가문은 중요한 요소이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고위 귀족은 로판에서 이제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로판의 주인공 역시 가문에 대한 힘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가주는 유난히 더 가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롬바르디를 중심으로, 각 가문을 위해 헌신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티아는 사랑하는 가문이 그대로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주가 되려고 한다. 황후도 자신의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라면 못 하는 일이 없다. 오직 아들인 아스타나의 즉위와 가문의 부흥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본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가차 없이 치워버리려고 한다. 그렇다 할 가문이 없는 페레스만이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운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 조차 자신의 가문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 티아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 중 한명인 클레리반은 물론 그 외 여러 롬바르디의 가신 가문의 가주들도 롬바르디를 향한 애정 못지않게 가문의 부흥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보여준다. 롬바르디 장학회 출신으로 할아버지의 최측근인 케이틀린은 회귀 전, 브라운 가문을 도운 2황자의 편을 들며 결국 롬바르디를 등질만큼 가문을 사랑한다. 

웹툰 44화, (좌) 회귀 전 롬바르디를 떠나는 케이틀린, (우) 회귀 후 첫 만남

 

 티아의 목적인 '가주'는 그 원천이 가문을 향한 사랑이었기에, 이가주의 등장 인물들 역시 가문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타 로판에 비해 가문들의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후는 벨레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앙게나스의 성이 아니라 롬바르디의 성을 쓴다는 이유로 벨레삭을 내쳤다. 그녀의 사촌이자 벨레삭의 어머니인 세랄에게도 역시 같은 이유로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정작 황후에게는 이제 앙게나스가 미들네임으로만 남은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비슷한 경우를 보여주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샤나넷의 전남편, 베스티안이다. 회귀 전 샤나넷은 이혼 후 휴양지로 떠난 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막대한 위자료를 주었다. 샤나넷 부부는 흔치 않은 연애결혼에 아직도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런 부부가 갑자기 이혼을 한 데다, 능력이 뛰어난 고모는 이혼 후 칩거 생활을 했으니, 티아는 가만히 있지 않고 둘의 이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혼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거기에 더해 데릴사위로 들어왔던 베스티안이 쌍둥이를 데리고 원래 가문으로 가는 바람에 쌍둥이는 성이 롬바르디에서 슐스로 바뀌기까지 했다. 슐스로 갔던 쌍둥이는 이후 티아와의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회귀 전 베스티안이 슐스 가문으로 들어간 후, 재혼한 상대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베스티안의 소꿉친구이자 현시점의 내연 관계라는 것까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물론 티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회귀 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베스티안은 왜 롬바르디의 데릴 사위로 들어왔을까? 쌍둥이들이 롬바르디의 성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슐스 가문의 사람이라며 선을 그으려고 했다. 이는 회귀 후 베스티안을 수상하게 여긴 티아에 의해 드러난다. 그는 롬바르디의 광산 산업에 슐스 가문을 포함시키며 횡령을 일삼고 심지어 내연녀는 본인의 친가에 머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예 처음부터 롬바르디를 노리고 들어왔음이 다 들통난다. 그 와중에 아들들은 포기하지 못하고 회귀 전이나 후에나 슐스로 들어오게 하려 애를 썼던 걸 생각하면, 이 사람도 가문에 대한 사랑이 보통이 아니다.

 

 가문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장 남자주인공 페레스만 해도 친모가 그저 황궁 시녀 출신의 평민이지만 결국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가주는 유난히 가문이 인생의 전부인 사람들이 많다. 티아만 해도 황제의 유지가 없었다면 페레스가 아닌 가문을 선택했을 거다. 가문은 어쩌면 등장인물들을 지탱하는 모든 것인 동시에, 기댈 구석인 것 아닐까? '남주의 입양딸이 되었습니다'는 핏줄의 무서움을 보여주지만, 이가주는 핏줄의 단단함을 보여준다. 물론 이 때문에 롬바르디는 적지 않은 손실을 치러야 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가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총점: ★ ★ ★ ★ ☆

 

 티아의 차력쇼로 완성되는 작품. 여주 먼치킨 사이다물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