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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리뷰 #10] 공포게임 메이드로 살아남기

by 칰이 2025. 10. 13.

기본 정보

- 원작: '공포게임 메이드로 살아남기' - 김욤뇸
- 작화: 신시어
- 각색: 서치, KD
- 출판사: 디씨씨이엔티
- 회차: (25.10.13 기준) 본편 87화 연재 중
- 연재처: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 유형: 게임 빙의
 

줄거리

"나 실망시키지마, 힐다."

「아드리안의 살의가 오릅니다.」
「아드리안을 설득하여 살의를 낮추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죽습니다.」
「아드리안의 살의 92%」

아드리안 카이사르 폰 데어 팔츠그라프. 팔츠그라프
가문의 후계자.
세상에서 천사로 칭송받는 그이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다.
요즘 이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과 살인미수가 전부 저
착해 보이는 도련님 짓이란 걸. 아니, 나 밖에 알 수가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공포게임 세계에 들어온 건
오로지 나뿐이었으니까.

나 좀 살려주라, 제발!

 
 

리뷰 ※스포 주의※완결된 원작 웹소설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동일한 게임 빙의물인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과 '세계관 최강자들이 내게 집착한다'의 스포가 살짝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친 커플이 보여주는 미친 순애.
 

게임의 장치

 
 게임 빙의물의 주인공은 다른 빙의물의 주인공 보다 "지금 당장 나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스템'과 'NPC'의 존재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임 빙의물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에는 시도 때도 없이 주인공에게 게임임을 자각시키는 시스템 창이 존재한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힐다는 공포게임 속으로 빙의한 후, 시스템에 의해 여러 퀘스트를 수행한다. 퀘스트를 수행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받는데, 보상 역시 평범하지 않다. 힐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옷, 체력을 회복시키는 약물 등 전형적인 게임 아이템이다. 마치 MMO RPG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힐다는 백작가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능력치를 올릴 수 있고, 레벨도 올릴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의 호감도도 올릴 수도 있다. 다른 캐릭터에 의해 갈 수 있는 '맵이 오픈'되기도 하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스킬이 오픈'되고 후에는 체력도 볼 수 있다. 연출 역시 독자가 힐다와 함께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듯한 형태를 취한다. 

(좌) 웹툰 2화, (우) 웹툰 11화

 작품 내내 힐다가 제목 그대로, 공포게임 속 메이드로 살아남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이런 기능으로 인한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남자주인공이자 게임의 최종 보스 아드리안과의 로맨스가 진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피어났던 것도 같은 맥락이고. 이야기 초반의 아드리안은 최종 보스답게 계속해서 힐다를 죽이려고 했다. 아드리안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악마 사탄은 저주로 인해 끊임없이 살인을 저질러야 병약한 몸의 고통이 사라진다. 힐다는 아드리안이 악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초반에는 과하게 겁을 먹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게임의 최종 보스에게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당연한 반응인 것이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세계를 대하는 힐다의 태도이다. 
 
 시스템은 완벽한 게임으로 보인다. 베개가 없으면 잠을 못 자게 설계해서 힐다가 침대에 눕지 못하는 개그 장면부터, 인물과 물건의 정보가 설명창으로 뜨는 등 완벽한 게임으로 힐다에게 다가간다. 빙의된 직후 힐다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던 것도 이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이기에, 언젠가는 돌아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의 힐다는 주변 인물을 그저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라고만 생각한다. 동료 하녀가 텃세를 부릴 때도 어차피 다 게임 캐릭터인데 이래 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녀장과 친구 등 모든 인물들을 단순 도트 쪼가리로 여겨서 죽으면 진짜 끝인 자신과는 달리, 리셋 버튼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전혀 다른 존재로 생각한다.

(좌) 웹툰 2화, (우) 웹툰 5화

 단순 게임으로 여기는 데 기인한 공포적인 연출 또한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이야기 초반 힐다가 친구이자 동료 하녀인 에밀리에게 부탁을 하는 부분이다. 힐다에게 잡일을 부탁'받은' 에밀리는 아파도 그 일만을 수행한다. 누군가가 억지로 멈추지 않는 이상 그 일만을 하도록 코딩된, 전형적인 게임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힐다는 잠시 죄책감에 휩싸였지만, 곧 또 다른 대상을 호감도 목록에 추가하여 또 다른 부탁을 요청하게 된다. 시스템은 힐다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지만, 이로 인해 힐다는 세계를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하게 된다. 모두를 게임 시스템으로 여기는 힐다의 모습은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를 조성한다. 
 
 시스템은 이야기의 결말에서야 그 영향력을 잃는다.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게임의 형태로 세계에 대한 인지를 하게 된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이나 '세계관 최강자들이 내게 집착한다'와는 확실히 다른 장치이다. 빙의된 인물이 주인공의 전생이거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주인공을 끌어당긴 절대적인 힘이 아닌, 오직 아드리안을 위해 존재한다.
 시스템이 제시하는 세 가지 메인 퀘스트는 아드리안을 위한 것이다. 힐다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아드리안은 점차 악마의 힘을 되찾게 되고, 마지막 퀘스트를 통해 위협과 고통 없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다. 또한 주인공 외는 시스템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아드리안은 시스템을 정확하게 인지한다. 아드리안이 '악령'이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시스템은 아마 악마의 힘 일 것이다. 아드리안의 영향력이 닿는 것도 그렇고, 결국 모든 힘을 되찾은 아드리안이 시스템을 최종적으로 없애는 걸 통해 그 존재의 형태가 더 명확해진다. 세계를 구한다는 영웅적 서사를 위한 장치가 아닌, 아드리안을 세계에 정착시키기 위한 악마의 일부분에 가까운 것이다. 어쩌면 신이 그토록 아낀 사탄을 인간 세계에 붙여놓기 위한 장치라고도 볼 수 있고. 뭐가 됐든 세계의 구원 같은 걸 위한 건 아니라는 거다.
 
 시스템은 분명히 힐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다양한 의상에 붙은 특유의 버프로 더 수월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호감도로 사람의 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적대 대상이 접근하는지도 바로 알아차려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아드리안의 힘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힐다는 아드리안의 도움으로 시스템을 완전히 떼어놓는다.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없고 버프를 받을 수 없게 되었어도, 힐다는 제 선택을 번복하지 않는다. 항상 눈앞에 떠다니던 상태창이 없는 건 분명 허전하고 아쉬운 일이지만 힐다는 아드리안의 곁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로맨스의 개연성

 
 그렇다면 이 공포게임 속에서 대체 어떻게 로맨스가 진전되는가?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아드리안은 당연히 힐다도 언젠가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아마 저택 내 모든 사람을 그렇게 봤을 것이다. 실제로 몇 번의 살인을 하기도 했고, 힐다를 진짜 죽이려고 하기도 했다. 연쇄살인의 진범은 아니었지만, 아드리안의 비밀을 아는 힐다는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만하다. 초반에 아드리안을 만날 때마다 겁을 먹었던 것도 언제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둘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로맨스가 시작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눈에 반할 수도 있고, 안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했지만 계속된 만남에 점차 그 오해가 풀어지면서 마음을 열 수도 있고, 좋은 친구로 지내다가 점점 스며들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힐다와 아드리안도 그렇게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제 비밀을 어느 순간 알고 있는 힐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저를 보면 겁부터 먹는 힐다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기도 했고. 힐다가 뭔가 달라졌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로 죽이려고 했던 적도 있지만....
 힐다는 버려지는 것에 대한 아드리안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직면한 순간부터 아드리안을 돕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그저 생존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변화를 아드리안이 눈치챈 이상, 차라리 그의 곁에서 그를 도와준다면 여전히 이 세계를 게임으로 인식하는 힐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치와 돈을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다분히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동정심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저주로 인해 아드리안이 겪는 고통은 바로 옆에서 보니 상상보다 더 심각했다. 아무리 최종 보스라지만, 아무리 위대한 악마라지만 이렇게까지 고통받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이 세계는 게임이고, 아드리안은 아무리 아파도 결국 죽을 수는 없을 텐데. 사람을 죽여야지만 겨우 아프지 않은 기가 막힌 모순 속에서 사는 존재를 굳이 도와주어야 하나.
 그래도 힐다는 그를 외면하지 못했다. 악마로 태어났고, 저주로 인해 병약한 몸에 갇혀버린 존재는 힐다에게 처음 정을 주게 되었다. 힐다 역시 게임 속 데이터로만 인식하던 이 세계에서 아드리안에게 정을 주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웹툰 40화

 
 단순히 서로의 비밀을 아는 사이를 넘은 건 힐다의 첫 살인 이후다. 살인의 텀이 길어지자, 아드리안은 또다시 고통받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아드리안을 보고, 힐다는 처음으로 살인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죽이는 건 아드리안이 되어야 해서, 완전히 죽인 건 아니었지만. 반항하는 '제물'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위험에 빠졌을 때, 힐다는 아드리안을 떠올렸다. 그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걸 마냥 저지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게임 속으로 인지하고 있어도, 힐다는 결국 사람이다. 게임 속에서 지내고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저 데이터로만 여길 수 없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사람이 아드리안을 위해 살인에 동참하게 되었다. 사랑의 시작이었다.
 
 힐다가 본격적으로 아드리안만을 위하게 된 건 아드리안의 생일 파티 때 있던 성수 사건이다. 아들의 몸을 차지한 악마를 밀어내기 위해 백작 부인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성수를 뿌린다. 광증이라며 모두에게 무시받지만, 미친 건 제가 아니라 제 아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연하겠지만 성수는 악마에게 치명적이라서, 아드리안의 상태는 힐다가 이제껏 봐온 상태 중 가장 안 좋아진다.
 살갗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아드리안은 누구라도 빨리 죽여야 된다. 방으로 옮겨진 아드리안의 앞에는 힐다가 있었다. 이대로 힐다를 죽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일이다. 아드리안도 그걸 알고, 힐다도 알고 있다. 아드리안의 살의가 92%까지 올라갔으니까. 하지만 아드리안은 힐다를 죽이기 싫었고, 죽일 수 없었다. 92%까지 오른 살의는 순식간에 0%로 떨어진다. 그저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던 그의 진심을 알기에, 힐다는 빨리 저한테서 멀어지라는 아드리안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앞서 말했듯, 힐다는 아드리안이 이렇게까지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행복해지진 못해도, 적어도 이렇게까지 고통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저 저주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여야 하는 끝나지 않는 삶의 굴레에서, 힐다는 진심으로 아드리안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아들의 진심을 무시한 백작 부인에 대한 분노를 뒤로 한채, 힐다는 겨우 정신을 차린 아드리안의 앞에 몇 명의 범죄자를 죽기 직전의 상태로 데려다 놓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외면해도, 저 하나쯤은 그의 곁에 서겠다고 다짐하며. 

웹툰 64화

 

사랑의 형태

 
 힐다와 아드리안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아무리 아드리안이 무서워도, 힐다는 끝까지 그를 사랑한다. 그저 안전하게 살아남기를 원했던 초반의 힐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아드리안은 꽤 초반부터 힐다에게 맹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신분 차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힐다만 특별 대우를 하고, 눈앞에 없으면 걱정하고 불안하고, 전형적인 집착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을 하는 힐다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 아드리안. 정상적인 사랑의 형태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사랑이다. 아드리안은 아무리 힐다에게 집착을 해도, 간다고 하면 놓아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힐다는 원래 살던 세계를 두고 아드리안의 곁에 있는 걸 택했다. 아드리안은 병적인 집착과 불안을 보이지만, 힐다는 끊임없이 그에게 사랑을 말한다. 악령이 힐다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감금까지 했지만, 힐다는 계속해서 곁에 남아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자신의 사랑이 힐다를 괴롭게 한다고 생각한 아드리안은 결국 본인이 만든 던전에 갇혔지만, 힐다는 끝까지 쫓아가서 결국 그를 꺼내온다. 
 저를 영 믿지 못하는 아드리안에게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를 꺼내옴으로써 힐다는 아드리안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럼에도 아드리안은 여전히 집착이 심하지만, 힐다가 원래의 세계가 아닌 아드리안의 세계를 선택한 건 완전한 사랑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랑도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로 완전할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대가로 사탄에게 저주를 건 릴리트, 아드리안은 끊임없이 저와 릴리트를 겹쳐보았다. 악마는 역시 어쩔 수 없는 걸까? 가질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먹어서라도 가지고 마는 게 악마의 본성인 걸까? 힐다는 그런 그를 자기혐오의 늪에서 꺼내준다. 릴리트의 집착은 사랑이 아니고, 아드리안은 저를 사랑한다고. 본질적으로 둘은 다르다며 사랑에 확신을 준다. 저주라는 운명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드리안을 이해하는 것이다.
 힐다는 아드리안의 곁에 있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미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게 외면받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저에게 이상하리만큼 필사적이지만, 그 모든 집착을 받아줄 수 있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살인을 하지만,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존재처럼 저를 대한다. 운명에 대한 연민, 고통에 대한 동정, 살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완전히 그를 사랑하게 된 순간에 힐다는 원래의 세계를 버린다. 돌아가지 않을 몇 가지 이유들도 생각해 봤지만, 다 핑계였다. 원래 세계에는 아드리안이 없으니까. 그 이유만으로 힐다는 이 세계에 남기로 결심한 것이다.

웹툰 81화

 
 

총평: ★ ★ ★ ★ ☆

 
 정신 나간 세상 속 정신 나간 사랑으로 보이지만 결국 미친 순애였다.